중앙선 침범 차량, 무조건 상대방도 과실이 있을까?

1. 중앙선을 지킨 차량의 ‘신뢰의 원칙’

교통사고 중 대향차가 서로 마주 보고 달리다가 부딪히는 사례는 종종 발생합니다. 특히 한쪽 차가 중앙선을 넘어온다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집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보통 정상 주행 중인 운전자는 “상대 차량도 중앙선을 지켜 달릴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고 판시합니다. 즉, 중앙선을 지키고 달리는 운전자로서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저 차가 중앙선을 침범할 수도 있다”라고 무조건 대비할 의무까지 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2. 황색 점선 구간이라 해도 함부로 넘으면 안 된다

일부 도로에는 황색 점선이 있어, 일정한 조건에서 반대차로로 넘어가는 행위가 가능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급박하게 장애물을 피해야 하거나, 반대 방향 교통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인 경우 등 특별한 사정”이 있지 않다면, 무작정 중앙선을 침범할 수 없다고 봅니다. 따라서 단지 점선이란 이유만으로 자유롭게 넘어갈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3. ‘예측 가능성’이 과실 여부 가른다

중앙선을 달리던 차가 이미 비정상적으로 넘어와 있다면, 이를 미리 본 상대 운전자는 방어운전을 시도해야 합니다. 예컨대 경음기나 상향등으로 경고를 주거나, 속도를 줄이고 옆으로 붙어 피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구체적 예시:

A씨가 자신의 차로에서 달리다가, 건너편 차가 중앙선을 침범한 사실을 미리 확인했다면, A씨는 경음기를 울려 속도를 줄이거나 오른쪽 가장자리로 붙어 피해야 했습니다. 이를 전혀 하지 않았고 시간이 충분했다면 A씨에게도 일부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4. 상대방이 중앙선 침범했는데 왜 내 과실이 생길까?

원인: 차가 이미 넘어온 걸 보고도 아무런 감속이나 회피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놓쳤다고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법원은 이를 매우 제한적으로 적용합니다. 정말로 피할 수 없는 ‘순간 상황’이었다면, 중앙선 지켰던 차량에 과실이 없다고 봅니다.

과속도 마찬가지: 중앙선을 침범해 온 상대를 발견 즉시 감속하거나 피해갈 수 있었다면, 과속으로 달리는 측의 과실이 인정됩니다. 하지만 제한속도를 조금 넘었다 해서 무조건 과실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습니다. “적정 속도였더라도 못 피했을 상황”이라면 과실로 잡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5. ‘지정차로가 아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자 과실로 볼 수 없다

때로는 피해차량이 2차로 도로를 두고 굳이 1차로로 달렸다는 이유로 과실을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중앙선이 설치된 도로에서 자기 차선을 타고 정상 주행 중이었다면, 상대가 중앙선을 침범해 올 것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과실이 없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예시: 예를 들어, 편도 2차로 중 1차로를 주행 중이었다 하더라도 중앙선 침범 차량이 갑자기 들어온 거라면, 피해차량에 과실을 묻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6. 결론: 중앙선 지키는 차량, 언제나 면책될까?

정상적인 상황에서 중앙선을 잘 지키고 있었다면, 상대 차량이 침범해 와도 원칙적으로 과실이 없습니다. 다만 아래 경우에는 일부 책임이 생길 수 있습니다.

1. 상대방 침범을 미리 인지: 상대 차량이 이미 한참 잘못된 차로로 들어온 걸 확인했으나, 충분히 경고나 감속 등의 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었는데도 무시한 경우

2. 상대방 침범이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 예컨대 앞차가 피하려고 급하게 브레이크를 잡아 중앙선을 넘으려는 정황이 뚜렷이 보였는데도 아무 대응을 안 했다면, 일부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도로 오른쪽 차로(본인 차로)에서 정상 주행하던 운전자에게는 “상대방이 중앙선을 넘어오리라”는 것까지 대비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일관된 태도입니다. 결국 중앙선 침범 사고에서는 대개 침범 차가 거의 전부의 책임을 지게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