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자 차량사고, 부모도 운행자 책임 질 수 있나

1. 미성년자의 책임능력과 부모의 감독의무

대부분의 미성년자는 변제 능력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교통사고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는 부모 등 친권자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상황이 자주 벌어집니다.

1.1. 책임능력 없는 경우

만약 미성년자가 법적으로 책임능력이 없는 나이라면(가령 만 13세 미만), 미성년자는 배상책임을 지지 않고, 민법 제755조에 따라 부모가 ‘감독의무를 게을리하지 않았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부모가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해야 합니다.

1.2. 책임능력 있는 경우

반면, 미성년자가 스스로 책임능력이 있다고 평가받으면(대략 15세 전후가 많지만, 구체적 사안마다 다름), 그 미성년자가 직접 배상책임을 지게 되고, 민법 제755조가 적용되어 부모가 자동으로 책임을 지는 일은 없습니다.

문제는 실무에서 만 15세 이하라도 차를 운전할 정도로 성장했다면, 대체로 책임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때 부모는 과연 어떤 근거로 책임질 수 있을까요?

2. 부모에게 운행자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2.1. 민법 제750조 vs. 자배법 제3조

부모를 상대로 책임을 묻는 법적 근거 중 하나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이하 자배법) 제3조가 거론됩니다(또 다른 근거는 민법 제750조의 일반 불법행위). 여기서는 우선 자배법상의 ‘운행자 책임’만 살펴보겠습니다.

2.2. 운행지배, 운행이익이 관건

책임능력 있는 미성년자가 부모 소유(또는 관리) 차량을 몰고 나갔다가 사고를 냈다면, 부모가 차량 운행 자체를 직접 지배하지 않았더라도 ‘간접지배’ 가능성 여부가 중요합니다. 예컨대 부모가 차량을 사서 보험료, 세금 등을 대신 내고, 사실상 미성년자가 쓸 수 있도록 제공한 상태라면, 부모는 간접적으로 운행을 통제하고 이익을 누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3. 부모의 운행지배·운행이익 판단 요소

다음과 같은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부모가 미성년자의 자동차 운행을 사실상 지배·관리했는가”를 따지게 됩니다.

미성년자와 동거·부양 여부: 부모가 함께 살며 생활 전반을 관리하고 있다면, 미성년자의 차량 사용도 부모가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었다고 볼 수 있음.

차량 구입자금 부담: 부모가 차량을 사줬거나, 차량 유지·보험료까지 모두 댔다면, 부모가 운행이익을 누리는 주체일 수 있음.

사용목적 및 등록 명의: 부모 명의로 등록된 차를 미성년자가 주로 운전한다면, 여전히 부모에게 운행책임이 미칠 가능성이 큼.

차량 보관 상태: 열쇠를 부모가 보관한다거나, 차량을 미성년자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허용한 사실이 있으면, 운행 간접지배를 인정하기 쉬움.

보험 가입 주체: 보험계약의 명의가 누구인지도 중요한 단서가 됨.

4. 실제 분쟁에서의 시사점

부모 입장: 미성년자가 충분한 책임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부모가 자동차 관리·유지비를 전부 부담하고 자녀가 이를 상시적으로 운전하도록 했다면, 자배법상 운행자 책임이 부모에게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 사고를 낸 미성년자가 별다른 재산이 없다면, 부모가 차량을 사실상 지배·관리했는지 입증함으로써 부모까지 운행자로 묶어 배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판단의 어려움: 부모가 “나는 운행 자체를 지시·지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해도, 법원은 차량 구매와 보험료, 운행 관행, 보관 상황 등을 두루 살펴 종합적으로 결정합니다. 예컨대 차량 열쇠가 부모의 손에 있었는데 자녀가 무단으로 가져갔다면, 이는 또 다른 고려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5. 결론

미성년자가 운전할 수 있을 정도라면, 대체로 법률상 책임능력이 인정될 여지가 큽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가 자녀와 함께 ‘운행자’ 지위를 공유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은, 부모가 차량 유지·운행을 사실상 지배하거나 이익을 얻는 구조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결론적으로, 부모가 간접이라도 운행을 통제하고 있었다면 자배법 제3조상의 책임을 면하기 쉽지 않을 수 있으니, 미성년자의 차량 사용에 대한 부모의 관리·감독 의무와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