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운전사 딸린 차를 빌렸는데 사고가 났다면, 누가 책임지나요?”

운전사까지 함께 빌린 상황이라면, 보통 차량의 실질적인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임대인이 계속 가져간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운전사가 임대인 소속이거나, 적어도 임대인이 엄선하여 파견한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이때 임차인은 단순 동승자의 지위에 머무르는 경향이 큽니다.

예를 들어, 여행사에서 버스와 기사까지 패키지로 빌렸다면, 기사 쪽이 주행 경로와 안전 문제를 주도적으로 통제합니다. 내가 언제 어디서 내릴지 결정할 수는 있어도, 직접 핸들을 잡지 않고 차량 상태를 관리하는 것도 기사의 몫이라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사고가 발생하면, 법원은 운행 과정 전반을 기사와 그를 고용·관리하는 임대인이 사실상 지배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동승자인 임차인은 “자배법상의 타인”이 되어, 임대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반면, 만약 임차인이 기사보다 훨씬 강한 권한을 행사하고, 기사의 운행을 자주적으로 지휘·관리했다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집니다. 임차인이 직접 노선·속도·정차 장소를 지정하며 사실상 안전조치까지 간섭했다면, 임차인도 운행지배를 갖고 있었다고 간주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임차인이 사고 피해자라 해도 자배법의 보호를 받기 어려워집니다. 결국 “운전사와 차량을 어떤 관계로 빌렸고, 실제 운행은 누가 주도적으로 통제했느냐”가 책임 귀속의 핵심 갈림길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