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가해자도 책임이 있지만, 저도 과실이 조금 있다고 합니다. 이때 건강보험으로 치료받은 비용은 손해배상에 어떻게 반영되나요?”

A.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치료비는 우선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이후 가해자 측이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다”며 과실상계를 주장하면, 과연 이미 받았던 건강보험 급여가 손해배상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조정되는지 헷갈릴 수 있습니다. 특히 “내가 과실이 있으니 건강보험공단이 대위취득하는 금액도 달라지는 건가?”라는 질문이 흔히 나오죠. 실제 예시를 들어 간단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A씨가 교통사고로 입원해 500만 원의 치료비가 들었고, 그중 400만 원은 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했습니다. 그런데 가해자 측에서 “A씨도 사고 당시 신호 위반이 있었으니 20% 정도는 A씨 잘못”이라고 주장해 과실상계가 적용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이때 법원이나 합의 과정에서 산정되는 전체 치료비 손해는 500만 원이지만, A씨의 과실(20%)이 반영되어 실제 받을 수 있는 치료비 배상액은 400만 원이 됩니다.

그렇다면 이미 건강보험공단이 대신 낸 400만 원은 어떻게 될까요? 국민건강보험법 제58조에 따르면, ‘동일한 사유로’ 산출된 손해액 중 공단이 부담한 치료비만큼은 공단이 가해자에게 청구할 권리를 가져갑니다(대위취득). 그러나 이때도 과실상계가 적용된 “치료비 손해” 범위 안에서만 대위가 가능하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즉, 공단은 ‘실제로 인정된 치료비 배상금’ 한도 내에서만 그 권리를 행사하게 됩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과실상계를 거친 치료비 손해 400만 원 중 공단이 지급한 400만 원이 전액 해당된다고 가정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공단 입장에서는 “내가 대신 낸 400만 원을 배상받겠다”고 주장할 수 있죠. 이 경우 A씨가 가해자에게서 치료비 명목으로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사실상 남지 않게 됩니다. 대신 A씨는 치료비 이외의 다른 손해(예컨대 일실수익 등)가 인정될 수 있다면, 그 금액에 대한 청구는 별도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건강보험공단의 대위취득은 “이미 지급된 치료비”에 대응하는 손해배상청구권에 한정됩니다. 그리고 그 손해에 과실상계가 적용되면, 대위 범위 역시 그 줄어든 손해배상액 안에서만 정해진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미래에 예상되는 치료비까지 미리 대위를 인정받는 건 아니므로, 실제로 치료받고 보험급여를 수령할 때마다 해당 액수만큼 공단이 가해자에게 청구할 기회가 생긴다고 보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