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도심의 다차로 도로를 술에 취해 건너다 사고 났는데, 제 잘못이 얼마나 클까요?”

밤늦게 약속을 마치고 귀가 중, 택시를 잡으려다 보니 건너편 차로에서 빈 택시가 보였습니다. 횡단보도까지 가기가 멀어서, 그냥 3~4차선을 잰걸음으로 무단횡단했는데 하필 속도를 내던 차량과 충돌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보행자인 제 책임은 과연 어느 정도가 될까요?

A. “야간·음주 무단횡단은 보행자 과실이 대폭 가중될 수 있습니다.”

1.도심 도로 특성

편도 36차로 등 차로가 많을수록, 차량이 빠른 속도로 달릴 가능성이 큽니다. 이때 술에 취한 채 무단횡단하면 보행자의 안전 대처 능력이 떨어져서 사고가 날 확률이 높습니다. 판례에 따르면 밤중에 편도 5차로 이상에서 무단횡단을 하다 사고가 발생하면 보행자 과실을 5060% 가량 인정한 예도 있습니다.

2.운전자의 주의 의무도 고려

단, 운전자도 제한속도를 과도하게 초과했다거나, 전방주시를 소홀히 해 보행자를 충분히 피할 수 있었음에도 피하지 못한 정황이 드러나면 운전자 과실도 커집니다. 예컨대 제한속도가 60km/h인 도로에서 시속 80~90km/h로 달렸다면, ‘과속’이 사고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될 수도 있습니다.

3.실무적 조언

현장 증거 수집: 블랙박스 영상, 사고 위치, 차로 수, 조명 상태 등을 최대한 빨리 확보하세요.

보행자 상태 설명: 만약 음주 정도가 경미했고, 주변 상황을 어느 정도 살피며 건넜다면 그 사실을 입증하는 게 중요합니다.

과실비율 협의: 보행자 무단횡단인 것은 분명해도, 운전자의 과속·부주의가 일부라도 입증되면 보행자 과실이 소폭 줄어들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야간 음주 무단횡단은 보행자 과실이 상당히 높게 평가되는 대표적 상황이지만, 운전자 측 사정에 따라 최종 과실비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무단횡단으로 인해 불이익이 크게 돌아올 수 있으므로, 조금 귀찮더라도 육교나 횡단보도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