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블랙박스 영상이 없으면, 과실비율 산정이 불리해지나요?”

“얼마 전 접촉사고를 냈는데, 제 차 블랙박스가 고장 난 상태였습니다. 상대방은 신호를 어긴 적이 없다고 주장하는데, 제가 보기엔 분명 신호등이 바뀌기 전부터 교차로에 진입한 것 같았거든요. 경찰 조사를 받아보니 형사사건까진 아니고 단순 보험 처리로 끝날 듯한데, 블랙박스가 없으면 제 주장을 뒷받침하기가 어려울까요? 이렇게 되면 과실비율에서 손해를 보는 건지 궁금합니다.”

A. “블랙박스가 없더라도, 목격자 증언이나 현장 자료로 충분히 다툴 수 있습니다.”

블랙박스는 사고 과정을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증거로, 과실비율을 가늠하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신호위반이나 속도 등을 영상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블랙박스가 없다고 해서 무조건 피해자 쪽이 불리해지는 건 아닙니다. 현장 목격자 진술, CCTV 영상, 충돌 부위 사진, 진술서 등 다른 자료를 통해 사고 상황을 입증할 수 있습니다.

예컨대, 인근 가게에 설치된 CCTV에 상대 차량이 황색 신호가 아닌 적색 신호에서 출발하는 모습이 포착될 수 있습니다. 또 충돌 각도나 차량 파손 부위를 보면, 누가 먼저 교차로에 진입했는지 유추하기도 합니다. 게다가 경찰이 단순 보고서 형식으로라도 사고 상황을 정리해 두면, 그 내용이 민사 소송에 활용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과실비율은 처음에 “교통법규 위반 정도”로 대략적인 숫자를 배정한 뒤, 도로 상황, 차량 위치, 운전자의 주의 의무 위반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조정합니다. 블랙박스 부재가 전혀 문제 없다고 하긴 어렵지만, 다른 증거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 확보할 수 있는 모든 자료(사고 직후 사진, 목격자 연락처, 경찰서 조사 기록 등)를 꼼꼼히 챙기는 게 좋습니다.

참고

민법 제763조(불법행위에 관한 규정): http://www.law.go.kr

대법원 판례 검색: https://glaw.scourt.go.kr